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일기

여전히 바쁜 나날들.
게다가 일요일 저녁은 무조건 집에서 쉬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또 빠질 수 없는 모임이 있어서 저 멀리까지 가서 얼굴에 미소 띄며 서서 친한척들을 해야 했었다.
이런 날들, 힘겹다. 일주일에 한번만이라도 집에서 원없이 쉬어봤으면, 하는 날들이다.

이 와중에 우리의 연애는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만난지 삼주 쯤 되어가는데.

사실 지난주에 내가 힘들어졌었다. 내가 만들어낸 허상에 내남자사람님을 끼워 맞추어 놓고는 이건 다르고 저건 다르고 하며 존재하지도 않는 내 이상형에 계속해서 내남자사람을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예민함으로 확대해석하고 극단적으로 생각해버려 내남자사람님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 같았고. 이사람을 꼐속 만나야 하나 마나 혼자서 끙끙 앓다가 내남자사람에게 전화를 했고 외롭다고 해버렸다가. 일이 크게 커졋다. 

내남자사람님이 말했다.
가만히 잘 나아가고 있는 배를 불안하다고 자꾸 흔들어보고는 조금 물이 들어오면 거봐 이 배 아니라니깐 하는 것은 어리석은 거라고. 우리 잘 나아가고 있는데 내가 자꾸 한번씩 불안하다고 흔들어보고는 원하는 반응이 안나오면 거봐 아니야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매사에 불안하고 흔들려해서 어떡할래. 휘둘리지 말고 싸워보라고 조금 쌔게 나에게 말을 해왔다.

가만히 있는 나를 다그치는 느낌. 원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닥달해내는 느낌. 전화를 들고 난 더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오빠한테 말해버렸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진짜로'

너 그게 진심이니?  - 응 진심이야 그런데 후회는 하겠지
너 여기서 내릴 수 있는 최악의 결론을 기어코 가져오는 거니?   - 응 지금은 아무생각이 안나 그냥 이래야 될 것 같아

대개는 여기서 끝나던데.

이분은 여기서 한참을 객관적인 상황에서 말씀을 하신다. 난 울고 있느나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그런데 하나 약 오르는 것은 그가 말하는 것은 대개 다 맞는 말이다. 전부다 맞는 말만 해서 난 뭔가 울컥함.
어느새 오빠에게 설득되어져서, 응 내가 잘못했어요, 하고 끝을 내렸다. 그리고 수면제 한알을 먹고 잠이 들었었고.

다음날 깨니 이건 마치 오빠가 나에게 준 선물같은 나날들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문자가 와서 설레고, 얼굴 보는 날 기다리고, 하는 자잘한 것들. 일상의 행복들 하나하나가 전부 오빠가 나에게 선물로 준 셈이 되어 버린 것 같아짐.
그래서 매일매일을 그냥 오빠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어야지 싶다. 오빠한테 내가 바라는 것은 하나도 없어지는 기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거지. 그의 연봉도 직장도 학벌도 키도 차도 이런것 다 알고 싶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냥 인간 남자사람으로 옆에 있어주는걸 감사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여튼, 그분과 나는 아주아주 잘 지내고 계심 ㅋㅋㅋㅋ

(피곤한 상태에서 와인마시며 쓴글이라 주저리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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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1/09/27 12:0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마법사의고양이 2011/09/27 12:50 #

    나누신 대화가 정말 공감이 가서 핑백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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